Ebende

Skimmer

Released o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Rate Your Music으로 이동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비유를 종종 하곤 한다. 드럼이 잘 깎이고 패턴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세밀하게 신경쓴 티가 나는 음악은, 마치 생으로 한 숟갈 떠서 먹어도 맛있는 잘 지은 맨밥 같다고. 그렇다면 드럼 위에 잘 어울리는 악기를 배치하고 각각 돋보이는 지점이 드러나도록 지휘를 잘 한 음악은 한정식 같은 게 아닐까.

Ebende의 Skimmer에는 특별한 기교 없이 이러한 기본기에 극한으로 충실한 브레이크비트 위주의 곡들이 실려 있다. 장르 간의 교접과 실험이 난무하는 시기에 이렇게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게 나왔다는 게 좀 신기하다. 마치 브레이크비트 올드 클래식 중에 이런 곡들이 있었을 듯한 느낌이다. 물론 베이스 운용 등에서 현대적 감각 역시 살아있고, 라운지에서 흘러나올 법한 chill하고 urban한 바이브가 있어 언제 들어도 만족스러웠다.

비트 측면에서 브레이크비트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충실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으니 전자음악에 특별히 깊은 관심이 없는 친구들에게 추천했을 때도 좋아하는 반응이 많았고, 댄서블한게 싫지 않다면 전붕이들도 불호는 없을 법하다. 애초에 음방에서 알게 된 앨범이다. 역시 음방이 현존 최강의 디깅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