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looghost

Lei Line Eon

Released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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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의 Iglooghost의 음악은 베이스가 매우 강렬하고 사방팔방 울려대며, 베이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운드디자인 자체가 복잡하고 꽉꽉 눌러담은 느낌을 주었다. 사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일반적인 앨범 포맷인 40분 이상의 풀 렝스에서 그닥 유리하지 않다. 한 두 곡은 괜찮더라도 이걸 연달아 들으면 귀가 피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칫 투-머치로 들릴 수 있는 사운드를 정말 깔끔하게 배치하고 믹싱해서 난잡하게 들리지 않았던 것이 Iglooghost의 핵심적인 역량이었다.

그의 다른 특징이라면 멜로디와 코드가 구색맞추기 수준으로만 존재하고 전면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Iglooghost 음악에서 멜로디를 싹 제거해도 꽤 들을 만 할 것이다. 그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가득찬 사운드디자인 그 자체이고, 종종 미친 듯이 신나는 비트가 훅 들어오는 등 리듬적인 측면이 중요할 뿐이니까. 아무튼 Iglooghost는 연주하면 이세계의 존재를 소환할 수 있다는, 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Lei Music’을 이번에 들고 나왔다.

컨셉 씨게 잡고 나온 Lei Line Eon은 우선 사방팔방 날뛰는 베이스가 사라지고 드럼이 나오는 빈도도 확 줄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스트링 가상악기가 채우고 있다. 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일단 귀에 꽂히는 곡이 몇 없다. 이전같은 파워를 느낄 수 있는 곡도 없다. 하지만 포인트가 달라졌다 뿐이지, 명확하게 어필하는 지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드럼이 굉장히 희박해졌음에도 그의 장점인 재기넘치는 리듬은 여전하다. 다만 그것이 1집에서는 맥시멀한 사운드에서 드러났을 뿐이고 Lei Line Eon에서는 가벼워진 사운드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듣고 있으면 서사시를 듣는 느낌이고, 서사시에 알맞은 섬세함을 추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각 곡들은 판타지스러우며 어떤 풍경을 연상하도록 설계되어, 던전 신스처럼 들리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Iglooghost가 정확히 의도한 바라고 생각한다. Lei Line Eon은 기존 Iglooghost의 음악을 기대했다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정체성을 유지한 채로 새로운 스타일을 꽤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고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