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via

Iridescence of Clou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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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댄스음악을 들은 지 오래되지 않았던 때, atmospheric drum and bass라는 낱말을 보고 앰비언스가 강조된 dnb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쪽으로 분류되는 음악들을 들었을 때 ‘이거 뭐야 그냥 dnb자나… 딱히 막 공간감이 있지도 않은데??’ 라고 생각했다. 물론 당대의 정글/점프업 튠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chill, 내지는 intelligent한 경향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시간이 흘러 여러 장르들에 익숙해진 후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작년쯤 Sewerslvt이 떠오를 때 많은 이들이 그를 atmospheric dnb로 분류하였기 때문이다. ‘아닌데?? 앳머스페릭은 기본적으로 90년대 사운드야 새끼들아 ㅋㅋ’ 하고 생각했지만 이런 현상은 지속적이었고, 내가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왔었다. 딥하우스와 프로그레시브 하우스가 그렇듯 종종 전자음악에서 장르명으로 생기는 혼란이 생기는 것은 한편으로 흥미롭다.

장르를 명명할 때 가장 좋은 것은 기의와 기표가 상당히 일치할 때가 아닐까? 그리고 여기 atmospheric drum and bass 단어 그대로의 의미에 상당히 충실한 음악이 있다. Ludvig Cimbrelius는 여러 활동명을 가진 스웨덴의 앰비언트 아티스트로, 루시드 폴의 ’산책 갈까?’에 피쳐링으로 참여한 전적도 있다. 아무튼 그가 2021년 Illuvia의 이름으로 Iridescence of Clouds를 냈다.

곡들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기반이 앰비언트여서 그런지 앰비언스를 일단 쫙 깔아놓고 그 위에 drum break가 스멀스멀 올라오며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식이다. 북구인들이 특히 잘하는 차가운 앰비언스는 이 앨범이 나온 작년 1월의 설경과도 매우 잘 어울렸는데, 계절이 돌고 돌아 추운 계절이 되니까 다시 찾게 된다. 어째 서두는 길었지만 결론은 단순하다. 차가운 풍경 속의 정중동이 여기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