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e Ma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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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103분, 어떤 프로모션도, 홍보 활동도, 심지어 스트리밍을 제공해주는 사이트도 없음. 거기다가 어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드랍한 작품. Bryan Müller는 도데체 어떤 사람일까. 93년생에 지금까지 무려 풀렝쓰를 7장이나 낸 독일 출신의 젊은 예술가에 대한 그 이상의 정보는 알려진 바가 없다. 끊임없이 자신을 특정하는 정보를 지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고 필사적이었다. Skee Mask라는 명의로 2018년에 발표한 두번째 풀랭쓰 Compro를 통해 자신을 새로운 자리로 옮겨버린 Bryan Müller는 앞서 말한 대로 갑자기 Skee Mask 정규 풀랭쓰 3집을 발표했다. 듣자마자 굉장했던 점은 장편 영화 한 편 분량의 러닝타임을 Compro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견뎌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수많은 곳에서 그 주목도와 함께 이야기가 나온 만큼 기나긴 사족은 모두 생략하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특징만을 설명하는게 좋을 듯 하다. 드럼의 텍스쳐를 더 명확하게 세공한 뒤 전면으로 앞세워 드럼 앤 베이스를 밀고 나가는데 여러 다른 장르를 끊임없이 사이사이에 밀어 넣은 부분과 절대 따로 놀지 않기 위해 전체적인 톤을 두터운 사운드로 맞춰놓았다는 점이 큰 특징일 것이다. 앰비언트 테크노, 풋 워크, 심지어 애시드 테크노(3번 트랙의 제목이 LFO라는 걸 알았을 때 정말 한 번 해보자는 태도를 취한 줄 알았다)의 묵직하고 두터운 텍스쳐를 그대로 받아치기 위해 아멘 브레이크의 텍스쳐를 한참 낮춰버리고, 거기에 모자라 킥드럼을 쪼개나가는 리듬으로 사용하여 이를 또 앰비언스화 시켜버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 덕에 클린톤이 갑자기 부서져나가면서 녹음 에러처럼 음이 뭉게지는 현상이 군데군데 들리기까지 했는데 이게 앨범을 진행하는데에 있어서 큰 반발하는 영향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드럼의 텍스쳐를 완전히 뭉게버리고 앰비언트화 시켜서 마치 드럼 앤 베이스를 앰비언트 테크노로 재구성해버린 Compro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는게 확실했다. 심지어 군데군데 앰비언트 트랙이 인터루드처럼 자리잡고 있지만 이도 하나의 앨범의 대한 곡의 구성으로 받아들이듯이 4분보다 적은 트랙이 단 한 트랙도 없었다. 총 18곡의 순서가 기이할 정도로 전체적인 리듬을 이뤄내고 있었다. 이렇게 세심할 정도로 곡을 모두 배치하고 편집했는데 순서를 하나라도 바꾼다면 순식간에 그 구조가 완전히 무너져버릴거라는 것은 자명해보인다. 굳이 한 마디로 정리해보자면 이건 Bryan Müller의 무시무시한 야심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특정할 수 없게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하나 둘 씩 지워나감으로써 이 이상 더 나아갈 길이 있는가하는 의문. 하지만 마지막 트랙이 나에게는 그런 의문을 완전히 종식 시킬 수 있었다. 오로지 리와인드된 멜로디 사이사이에 킥드럼을 넣어 기이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앰비언트 트랙. 제목이 Fourth라는 것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아마 Skee Mask의 4번째 정규 풀렝쓰의 인트로를 듣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103분만큼의 야심에서 더 멀리 나아갈 것이라는 태도, 어쩌면 예고. Bryan Müller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며 Bob Dylan의 7개의 삶의 순간을 담은 Todd Haynes의 영화 제목을 말하며 이 앨범에 대하여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생각한다. 제목 I’m not there. 나는 거기에 있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