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Whiston
Quiet as Kept, F.O.G.
Released on

사려깊은 플룸의 평:
2010년대 후반부터 수많은 디컨스트럭티드 클럽씬에서 우후죽순 등장하던 음악가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던 Kai Whiston이 2019년의 걸작 No World As Good As Mine 발표 후 약 3년동안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거처가며 새로운 정규 3집을 (앨범 발매 일정을 약 1달 미루면서) 올해 9월에 발표하기에 이른다. 등장했을 때부터 한 마디로 설명되지 않는 그의 장르답게 일렉트로니카 외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타 장르를 가져오는 그의 특성상 사람들 대부분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그의 정규 풀렝쓰를 기다리고 있었던 분위기가 형성되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또한 그랬으니까. 앨범 발매일자 발표 이후 공개된 1~3번 트랙에서 순식간의 청자의 반응이 절반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90년대 후반의 하드코어 테크노의 텍스쳐와 리듬을 빼도 박도 못하게 녹아들어있는 싱글 앞에서 사람들이 모두 당황한 것만 같았다. 앨범 전체 공개된 이후에도 반응은 극과 극으로 계속 나뉘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드코어 테크노의 리듬과 텍스쳐 안에서 이상할 정도로 공허하게 들리는 카타르시스의 순간들. 사실상 뼈대만을 테크노로 올려놓은채 마치 그 감정의 알맹이가 완전히 텅 비어있는 모양새의 음악 앞에서 청자들이 무언가 갈피를 잃어버린 듯한 반응을 자주 마주치곤 한것 같았다. Whiston은 도데체 무얼 녹음하고 싶었던 걸까. Quiet as Kept, F.O.G의 라이너 노트에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단이 작성되어 있다. 요지만 이야기하자면 90년대 중후반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의 과거사를 Quiet as Kept, F.O.G를 제작하기위해 리서치를 시작했고 -앨범 중간에 자신의 어머니인 Helene Whiston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 샘플링되어있다고 한다(추측컨데 24-04-99의 인트로 샘플).-이 와중에 펍의 피아니스트로 일하던 자신의 아버지는 마약중독으로 인해 Kai Whiston의 어린시절에 삶이 완전히 부서져버렸다는 이야기까지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Quiet as Kept, F.O.G.는 사소설처럼 쓰여진 앨범이자 어린시절을 느껴보기위한 목적이 담겨있는 앨범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한가지 특징은 전체 수록곡 10곡 에서 모두 확인 할 수 있듯이 과거에 대한 향수와 같은 지나친 감상주의를 피하기 위해 거의 필사적이라는 점이다. 앨범 발매 몇 달전에 Kai Whiston이 트위터에 올린 플레이리스트중에 Oneohtrix Point Never의 10번째 정규 풀렝쓰 Garden Of Delete를 업로드 하며 해당 앨범의 테마와 같은 허무주의와 연관을 지어보는 비평도 있던 것을 기억한다. 해당 비평이 Quiet as Kept, F.O.G. 전체를 통과하는 감정선을 거의 정확하게 짚은것 같았다. 실제로 Quiet as Kept, F.O.G.의 6번째 수록곡 27-44-99를 듣다보면 텍스쳐의 성질이 정확하게 Garden of Delete의 특유의 다크한 무드하고 닮아있다는것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장황하게 외부의 이야기만을 풀어낸 것 같으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결론부터 말하면 다음과 같다. Quiet as Kept, F.O.G.는 Kai Whiston의 감정적인 실패를 녹음한 앨범이다. 이 앨범은 자신의 과거사를 느끼는 용기와 함께 이를 견뎌내는데 실패하는 음악적 서사가 담겨있다. 만약 성공적이었다면 지나칠 정도의 센티멘탈리즘이 들어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Quiet as Kept, F.O.G.는 무조건 실패작이어야만 하는 앨범이다. 사실상 예술가로써의 자살행위와 같은 짓을 벌인 Kai Whiston의 다음 작품을 발매할 수 있을지가 난 걱정이다. 이 앨범이 어떤 기회가 되어서 또 다른 예측할 수 없는 앨범이 후에 도착하였으면 좋을지련만, 그것만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Kai Whiston의 음악은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