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lley Parker

Wist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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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깊은 플룸의 평:

런던을 기점으로 음악가라기 보다는 음악 설치미술가라고 설명하는것이 더 어울리는 예술가 Shelley Parker가 약 8년만에 두번째 정규 풀렝쓰 포맷인 Wisteria를 발표하게 된다. 어떤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미학적인 영역을 전개하는지는 그렇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것 같다. 나도 실제로 올해 초에 처음 알게 되었으니 이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도 한정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에 Wisteria의 음악적 가치만을 나열하며 글을 마무리하는 것이 피할수 없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 앨범제목의 등나무(의 일종)와 같이 앨범 아트 전체의 절반을 뿌리박고 있는 위스티리어의 이미지처럼 8개의 수록곡 전체가 포스트 인더스트리얼의 텍스쳐로 이루어져있지만 그 디테일이 굉장히 섬세하게 숨겨져 있는 앨범이다. 인터스트리얼 테크노의 컨벤션으로 자주 사용되는 특징으로 과장된 노이즈를 앰비언트로 텍스쳐를 깎고 깎아내어 다크 앰비언트와 같은 음향의 리듬으로 어떻게든 도달하려는 특징이 있을텐데, Wisteria는 이와 완전히 정 반대의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앰비언스의 레이어는 정말 최소한으로 남겨두면서 여러가지 노이즈들을 지나치게 앰비언트화 시키지 않은 채 그 거친 텍스쳐들을 마치 테크노 리듬처럼 사용하고 있었다(물론 둘 사이에 그 어떤 우열은 없다.). 여기서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든 효과가 발생하는데, 드럼 앤 베이스의 리듬 위에서 새로운 리듬으로 전개되고 있는 노이즈의 리듬이 이상할 정도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기이한 화음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이를 완성시킨 섬세한 센스는 Shelley Parker고유의 능력이겠지만, 21세기에 지나치게 테크니컬하고 지나치게 과장된 센티멘탈리즘의 사운드 레이어를 강조하는 컨벤션이 대세인 시대에 콜라주 미술과 같은 태도로 잡음의 디테일을 미학적으로 섬세하게 밀고 나가는 이상한 드럼 앤 베이스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한걸까 궁금했지만 거의 인터뷰를 하지 않고 그 어떤 프로모션도 하지 않은 행보에 자꾸만 어떤 벽에 가로막히는 기분이다. 이런 사운드 디테일은 '여성만이 할수 있는' 이라는 문장으로 게으르게 설명하기도 그렇고, '설치미술의 음악'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를 마치 미스터리로 남겨놓기를 원하는 것만 같은 Wisteria의 존재가 계속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만 같다. 언젠가 이 기이한 드럼 앤 베이스의 대답을 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Wisteria에 대한 트리비아나 출발점을 리서치해서 알고 있는 또 다른 리스너의 비평을 보고 싶다. 저에게 꼭 알려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