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ule
Glitch Prin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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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인 벤프로스트의 평:
감성 충만한 앰비언트팝 대신, 글리치팝을 들고온 율입니다. 전작인 Serotonin II 비해 사운드적으로 매력있는 트랙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Too Dead Inside처럼 캐치한 트랙도 존재합니다. 글리치팝의 기준에서는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잘 살려서 만든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너그러운 머신걸의 평:
저번 앨범 세로토닌 엄청 좋게 들었는데 이번엔 풀렝스로 찾아온 yeule. 거의 전부 혼자서만 했던 이전 프로젝트들과 달리 danny L. harle이나 무라마사같은 다른 프로듀서들이 참여하면서 사운드 결이 좀 달라짐. 이번 앨범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건 보컬 텍스쳐인데 yeule이 자기 보컬의 특징과 장점이 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 앨범에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음. 뒤에 깔리는 신스나 다른 악기들 텍스쳐도 좋지만 보컬의 활용이 제일 두드러지는데 다른 팝 앨범들과 달리 부수적인 사운드를 앞으로 세우는 앰비언트처럼 노래 사이사이 숨소리라거나 보통은 녹음할 때 잘라내는 목 가다듬는 듯한 소리같은 작은 소음들이 보컬 자체보다 더 강조되어서 노래의 제일 큰 포인트가 되는 게 가장 흥미로웠음. 그리고 그 소음들을 믹스할 때 되게 기계적이고 글리치스럽게 만들어서 수명이 다 돼서 버려진 인조인간이 노래하는 듯한 감성을 잘 살림. 제목 그대로 글리치 프린세스,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그대로 앨범에 녹아 있다. 마지막 트랙은 4시간 44분짜리 앰비언트 드론...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는데 4시간 누가 듣노. 윌리암 바신스키처럼 듣기 편안하거나 미세하게 계속 변하는 즐거운 디테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듣기 힘들다. 전체적으로는 사실 세로토닌이 더 좋았음. 세로토닌은 노래들이 다 다른데 감성이 통합되면서 yeule이라는 작은 성에 초대받는 느낌인데 글리치 프린세스는 그 세계가 커지면서 좀 난잡하게 깨지고 흩어져서 이전 앨범보단 산만한 느낌이었음. 근데 장단점이 아니라 다른 감상이라 이래서 더 좋다는 사람도 있을 듯